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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28, 2020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한·프 수교선물 132년만에 공개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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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프랑스가 선물한 꽃병·고종이 답례로 보낸 보석꽃나무 등
백자 채색 살라미나병. 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병. 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1888년 고종은 그 전해에 취임한 프랑스 3공화국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선물을 받았다. 초대 조선 공사 플랑시가 전해준 선물상자 속 내용물은 꽃과 넝쿨 문양이 가득한 백자 채색 꽃병. ‘살라미나병’이라고 부르는 높이 62.1㎝의 이 백자병은 세계적인 명품 ‘세브르 도자기’였다. 고대 그리스 장식 도기를 본떠 만든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백자나 청화백자에 익숙했던 조선 왕실 사람들에게 서양 도자기의 색다른 멋을 알렸다.
1888년 프랑스 정부가 조선 왕실에 선물한 살라미나병의 하단부를 확대해 찍은 모습. 파란 장식선 사이에 병을 선물한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이름과 제작연도인 ‘1878’을 표기한 것이 보인다.
1888년 프랑스 정부가 조선 왕실에 선물한 살라미나병의 하단부를 확대해 찍은 모습. 파란 장식선 사이에 병을 선물한 당시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이름과 제작연도인 ‘1878’을 표기한 것이 보인다.
이 세브르 도자기는 1886년 조선과 맺은 수호조약을 기념하는 예물이었다. 조선에서는 수교를 기념해 서양의 나라와 거창하게 예물을 주고받는 선례가 없었다. 프랑스가 굳이 도자기 예물을 보낸 건 역사적 배경이 있다. 수교 20년 전인 1866년, 조선 조정의 천주교 탄압을 명분으로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공한 병인양요가 일어났고, 양국은 피를 흘리며 싸운 악연이 있었다. 이런 과거사가 걸림돌이 돼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보다 수교가 2~3년 뒤처진 프랑스로서는 관계 안정화가 시급했다. 고종도 답례로 당대 최고 공예장인이 만든 보석 달린 인공 꽃나무 반화 한쌍과 12세기 고려청자 접시를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작품들은 현재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과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살라미나병을 옆으로 뉘어 촬영한 모습.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최고급 자기였다.
살라미나병을 옆으로 뉘어 촬영한 모습.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최고급 자기였다.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세브르 도자기를 132년 만에 처음 선보인다. 29일부터 시작하는 특별전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에서다. 19세기 개항 전후 조선 왕실이 서양 근대 도자기를 어떻게 생활과 외교에 활용했는지를 400여점의 도자, 공예품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다. 특별전에는 진기한 볼거리가 많다. ‘살라미나병’을 시작으로, 구한말 창덕궁 전각에 전기가 들어온 뒤 전구에 씌웠던 각양각색의 유리 등갓, 중국과 일본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만든 아이 키만한 대형 화병 12점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왕실의 근대 도자 및 공예품 180여점이 핵심이다. 여기에 프랑스 필리뷔사가 만든 오얏꽃(자두꽃) 문양 새겨진 왕실 전용 양식기도 처음 한 갖춤으로 나왔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답례로 준 선물 중 일부인 반화. 금속그릇에 올린 인공적인 보석 꽃나무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 후손들이 기증해 현재는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답례로 준 선물 중 일부인 반화. 금속그릇에 올린 인공적인 보석 꽃나무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 후손들이 기증해 현재는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첨단 영상기술을 활용해 왕실 주방과 식당도 재현했다. 숯불 오븐 등의 조리시설과 조리 용구, 요리사의 선명한 작업 동영상을 담은 홀로그램 등으로 창덕궁 대조전에 남아 있는 양식 주방을 옮겨놨다. 식당 공간에는 구한말 왕실 연회 장면을 담은 디지털 영상이 벽에 비친다. 서양 음식의 이미지가 식탁 식기에 투영된다. 왕실 도자기가 사용되는 현장을 직접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한 12세기 고려청자완. 현재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한 12세기 고려청자완. 현재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장 들머리 진열장을 가득 메운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유리 등갓들. 전구 위에 씌웠던 장식용 등갓으로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제작·입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시장 들머리 진열장을 가득 메운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유리 등갓들. 전구 위에 씌웠던 장식용 등갓으로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제작·입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 왕실은 개항 직후 궁궐 안에 양식 건축물을 짓고, 서구의 도자기·공예품을 들여놔 근대화의 상징물로 활용했다. 동남아 화교 취향에 맞춰 봉황·꽃무늬 등을 넣은 프라나칸 스타일의 중국 화병, 꽃이 핀 물가와 기러기·용 등을 정교하게 그려 넣은 일본 수출용 대형 화병, 다채로운 디자인의 등갓을 둘러보노라면, 서구 근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당대 왕실의 안간힘이 느껴진다. 구한말 궁궐 도자기의 실용적 면모뿐 아니라 서세동점 시대, 왕실의 과도기적인 생활 의식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전시다. 박물관 쪽은 고종이 프랑스에 선물로 보냈던 반화와 청자도 빌려와 내보일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다. 10월4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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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8, 2020 at 04: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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