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저효율 의회 개혁…37년간 7차례 시도 좌절
국민 10만 명 당 의원 수 1.56명→1.0명 대로 줄어
이탈리아 상·하원의원 수가 945명에서 600명으로 30% 이상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20, 21일(현지시간) 이틀간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의원 수 감축안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으면서다.
이탈리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1일 국민투표 개표가 99.6%까지 완료된 현재까지 결과는 찬성 69.6%, 반대 30.4%로 의원 수 감축 개헌안이 사실상 통과됐다.
이에 다음 총선이 있는 2023년부터 315명의 상원의원은 200명으로, 630명의 하원의원은 400명으로 각기 36%씩 줄어들 예정이다. 최종 투표율은 53.8%로 나타났다.
의원 정원 감축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5성 운동'이 세금 낭비를 막고 고비용·저효율 의회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2018년 총선에서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지난해 10월 압도적인 찬성으로 상·하원을 통과했고, 일부 현직 의원들이 헌법 개정 사안이라 주장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국민투표를 하게 됐다.
본래 이탈리아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7명 보다 많았다. 0.58명인 한국에 비하면 3배에 육박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감축안이 가결되면 이 수치는 1.0대로 낮아지게 된다.
오성운동은 의원 수 감축으로 세비가 줄어 임기 5년 기준 5억유로(약 6,889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회 규모 축소로 효율성은 높아지고 부정부패는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의회는 줄어든 의원 수에 맞춰 선거구 조정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당 및 개별 의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1983년 이래 37년간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마테오 렌치 총리 재임 시절로,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여 권한을 제한하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그러나 사실상 단원제 도입안으로 행정부 권한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59%의 반대로 부결됐고, 그 결과 렌치 총리를 포함해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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