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anghus.blogspot.com 일반 택배 물건처럼 운반되던 반려동물 4000여 마리가 짐짝처럼 버려진 채 집단 폐사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달 중순이다.
중국 허난성 뤄허시 물류창고 단지에서
강아지와 고양이 등 4000마리 집단 폐사
작은 택배상자 안에 갇힌 채 일주일 방치
긴급 구조된 반려동물 1000마리는 생존
동물을 불법인 일반 택배로 보낸 게 문제
중국 허난성 뤄허시 둥싱물류창고에 마치 작은 산처럼 쌓아진 택배 상자. 이 상자 안마다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반려동물이 들어 있다. [중국 펑파이신문망 캡처]
지난달 22일 중국 인터넷 공간에 마치 작은 산처럼 쌓인 많은 택배 상자 모습이 올랐다. 놀랍게도 택배 상자 안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반려동물로 가득했다. 장소는 허난(河南)성 뤄허(漯河)시에 위치한 둥싱(東興) 물류창고 단지로 밝혀졌다.
이들 수많은 반려동물은 물류창고 단지에 버려진 상태였다. 이에 뤄허의 NGO 단체인 유토피아(烏托邦) 동물구조협회 관계자들과 많은 자원봉사자가 달려갔다. 이들은 23일 오후부터 24일 새벽까지 수천 개의 택배 상자를 일일이 점검했다.
노란 테이프를 붙인 작은 택배상자 안에 갇혀 밖을 내다보는 한 반려동물의 눈이 애처롭다. [중국 텐센트망 캡처]
그 결과 토끼와 강아지, 고양이 등 1074마리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미 숨진 반려동물은 무려 4000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한 NGO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지난 16일에 버려져 일주일가량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은 택배 상자 안에 갇혀 물과 먹이를 먹지 못한 게 주요 사인으로 알려졌다. 숨진 반려동물의 수가 워낙 많은 데다 부패까지 진행되며 고약한 냄새가 진동해 소름 끼치는 공포 분위기마저 형성됐다고 한 NGO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 허난성 뤄허시 둥싱물류창고 단지에서 약 일주일 동안 방치됐다가 구조된 토끼들이 따로 분류돼 있다. [중국 펑파이신문망 캡처]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뤄허시 사오링(召陵)구 상무국 부국장인 양아이화(楊愛華)에 따르면 이들 반려동물은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와 허난성 상추(尙丘) 등의 두 지역에서 왔다.
반려동물을 실은 트럭이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鄭州)와 뤄허의 중개 지점에 도착했을 때 화물이 살아 있는 동물임이 확인돼 어떤 물류창고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운전기사가 한밤중에 반려동물을 담은 상자를 뤄허의 둥싱물류창고 단지에 버리고 도주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허난성 뤄허시 둥싱물류창고 단지에서 반려동물 구조작업이 벌어진 뒤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펑파이신문망 캡처]
이후 약 일주일간 방치되며 많은 반려동물이 생명을 잃었다. 문제는 중국이 우정법(郵政法) 실시세칙 33조에 따라 살아 있는 동물을 우편이나 택배 방식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현실에선 실제 택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구매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나 징둥(京東)에 들어가 반려동물 구매를 검색하면 적지 않은 점포에서 살아 있는 반려동물을 택배로 보내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원래는 검역 등 위생 검사를 한 뒤 특수 배달을 이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중국 허난성 뤄허시 둥싱물류창고 단지에서 발견된 반려동물을 담은 택배 상자에 윈다택배의 상표가 붙어 있어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 텐센트망 캡처]
한편 이번 택배 상자의 일부에 윈다(韵達)택배 상표가 붙어있어 관련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윈다는 자신들의 상표가 도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살아 있는 동물을 택배로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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