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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0

[백옥경의 과학둘레] 시월엔 호프(Hope) 보석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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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다이아몬드는 눈부신 광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착용한 사람의 신분까지 돋보이게 만들어 선망의 대상이 되는 보석이다. 성분은 숯처럼 탄소로만 이루어진 탄소 동소체이다. 숯의 처지가 되지 않은 이유는 수십억 년 동안 1천200°C 이상의 뜨거운 온도를 가진 지하 150㎞ 이상 깊이에서 자라 치밀한 탄소 결정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그 어떤 광물보다 더 단단해진다. 그럼에도 찬란함의 비결은 광물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빛을 잘 반사할 수 있도록 가공한 커팅 방식에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는 44.5캐럿 크기의 블루다이아몬드를 볼거리로 소개한다. 무색투명한 다이아몬드가 푸른빛을 띠는 이유는 광물이 형성되는 시기에 붕소라는 이물질이 섞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희귀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실제론 블랙에 가까워 흑수정이라 불러도 될 만큼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호프다이아몬드(Hope Diamond)라 불리는 그것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아마 다른 데 있을 것 같다.

호프다이아몬드는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지금 크기의 두 배가 넘는 1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소유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왕에서 왕을 거치고 때론 도난의 표적이 되어 대양과 대륙을 건너 소장자를 옮겨 다니는 동안 새로운 커팅으로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다.

영국의 은행가 호프에게 넘어가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그것은 마침내 미국의 보석 수집가가 그것을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고단한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호프다이아몬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에 대한 전설이다. 그것을 소장한 사람 대부분이 불행해지거나 불의의 죽음을 당한다는 소문. 이는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그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작용을 했다.

진화심리학자인 더글라스 켄릭은 '이성의 동물'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치 상승은 인간의 진화적 욕구를 산업이 이용한 결과라고 한다. 진화적 욕구란 인간이 다양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 조상 때부터 갖추게 된 심리 시스템이다. 이것은 우리 마음에서 여러 개의 부분 자아로 나뉘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자기 보호, 질병 회피, 친애, 지위, 짝 획득, 짝 유지, 친족 돌봄 부분 자아가 그것이다.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개인의 행동 뒤에는 특수한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부분 자아가 있다.

다이아몬드회사인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그것에 희소성을 입혔다. 더불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로 짝 획득 부분 자아를 자극하는 전략을 썼다. 그것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싶은 연인들에게 그 징표가 되었다.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는 것은 또 어떨까. 그것이 혹시 '당신의 왼손은 우리를 말합니다. 당신의 오른손은 나를 말합니다'라는 광고에 은연중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그것은 지위를 나타내려는 우리의 부분 자아를 일깨운다. 친족 돌봄 부분 자아를 활성화하는 것도 있다. 신경통, 면역 강화, 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게르마늄 장신구. 반도체를 만드는 원료에서 퇴출당한 게르마늄이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 없이 건강 전도사로 둔갑한 것이다. 그것이 때로 우리의 효심을 저울질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으로 말하자면 요즘 같은 세태엔 질병 회피 부분 자아가 최우선이다. 마치 한 종류의 에너지가 증가하면 다른 에너지가 줄어드는 에너지보존법칙과도 같이 질병 회피 부분 자아의 급상승은 친분을 도모하는 친애 자아, 명절에 왁자하게 모이는 친족 보살핌 자아를 휴면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짝 획득, 짝 유지, 지위 부분 자아 충족을 위한 행위들도 실종되었다. 설사 그것이 상술에 현혹되는 것이어도 굳이 보석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어도 말이다. 이는 당장 먹고사는 것이 어려워 갖고 있는 보석이라도 팔아야 할 만큼 자기 보호 부분 자아가 최우선이 된 사람들을 많이 생기게 했다.

우리의 희망은 꼭대기 어딘가에 있을 질병 회피 부분 자아가 어서 내려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머지 부분 자아들이 살아나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것. 사파이어를 닮은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마침 시월의 탄생석 오팔이 상징하는 의미도 호프(Hop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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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5, 2020 at 01: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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